VILCEK

PROJECT OVERVIEW

Vilcek Prize for Excellence는 2019년에 새로 제정된 상으로, 미국 사회와 세계 문화에 눈에 띄는 영향을 끼친 이민자들, 또는 이민자 인권과 관련한 활동에 헌신해 온 개인에게 수여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Sagmeister & Walsh는 상 자체의 물리적인 오브젝트와 시각 아이덴티티를 함께 설계하여, 수상자의 업적과 이민자의 서사를 동시에 담아내는 상징적 장치를 만들고자 했다.

은빛의 긴 패널과 섬세한 부조(레리프) 이미지는 이민자의 여정을 시간의 흐름처럼 길게 펼쳐 놓은 형태로 표현된다. 조용하지만 묵직한 톤의 그래픽과 미니멀한 타이포그래피는 화려한 장식보다 수상자의 이야기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CONCEPT & APPROACH

콘셉트의 출발점은 “조용한 존엄감”이다. 이민자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클리셰처럼 사용되는 국기나 다문화 컬러 팔레트 대신, 단색에 가까운 그레이와 미세한 색 온도 차만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길게 뻗은 레리프 패널은 마치 서랍 속에 숨겨져 있던 이민자의 서사를 조용히 꺼내어 벽 위에 펼쳐 놓은 듯한 형태로 설계되었다.

표면에는 세밀한 선으로 추상적 풍경과 인물들이 새겨져 있고, 빛은 상단에서 부드럽게 떨어지며 음영을 만들어낸다. 그래픽 시스템 역시 이 조형 언어를 따라 넓은 여백, 얇고 정교한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작은 포인트 컬러로 구성되어, 상의 물성부터 인쇄물, 디지털 화면까지 하나의 톤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DESIGNER’S NOTE

Vilcek 프로젝트에서는 “영웅적인 이미지”보다 수상자가 걸어온 시간과 노력을 존중하는 태도를 시각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과장된 제스처 대신, 조용히 빛을 머금는 재질감과 손으로 새긴 듯한 선의 밀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관객이 이 설치물을 마주했을 때, 먼저 느끼는 것은 거대한 장식이 아니라 차분한 공기와 서서히 드러나는 디테일이다. 이 상을 통해, 이민자가 남긴 공헌이 뉴스 헤드라인이 아닌 “축적된 시간의 결”로 기억되기를 바랐다.